조달청의 조경수가격 고시가 2020년 이후 중단되면서, 조경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원자재값, 인건비, 유류비 등이 급등하며 고물가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계는 수년간 2020년도의 조달청 조경수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야 했습니다. 다른 산업들은 물가상승에 따라 가격을 조정했지만, 조경산업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일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조경수가격을 2020년 조달청 고시 가격보다 더 낮거나,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하여, 조경계의 정상적인 산업활동을 저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였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조경계의 협회, 재단, 학회 등은 적극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기대하며, 조경수가격의 정상화를 위한 호소를 이어왔으나, 수년간 묵살당했습니다. 이에 실망한 일부 조경수 생산자들은 자발적으로 '조경수산업 정상화를 위한 시민모임'을 창립하고,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국토교통부가 조경수가격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조경계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여러 내부적인 논의와 우여곡절 끝에 올해 조경수가격 용역을 발주하여, 조경계에 한 줄기 빛을 비추었습니다. 특히, 이번 용역에서 주목할 점은 조경수가격 관리가 산림청이 아닌 국토교통부로 이관되었다는 사실로, 조경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적인 소식 뒤에 실제적인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경수 거래가격 조사공표 용역이 발주된 이후, 조경수 가격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시민모임은 물론, 조경수 생산지나 조경건설사에서도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경수목은 생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유통과 공사가 중단됩니다. 따라서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가격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혹시 조경수 가격의 정의, 분류, 범위, 가격 책정의 영향력 등의 요소들이 2025년에 필요한 조경수 가격 고시를 뒷전으로 미루고, 주객이 전도된 문헌 정리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실제로 나라장터에서 국토부가 발주한 용역을 찾아본 결과, "GB 관리·활용 등을 위한 조경수 거래가격 조사공표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이 발주되었습니다. 공고문을 살펴보니, 과업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1. 기존 사례 및 현황 조사와 분석
2. 조경수목 가격 조사 기준 마련
3. 조경수목 가격 공표 제도 기반 구축
4. 2024년도 조경수목 가격 시범 조사 및 공표
조경 시장의 혼란을 당장 막을 수 있는 것은 네 번째 항목인 '2024년도 조경수목 가격 시범 조사 및 공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몇몇 교수나 전문가들을 동원해 사례 조사, 분석, 조사 기준 마련, 제도 기반 구축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물론, 이러한 조사와 근거 마련, 정의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격 조사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어설픈 조사 결과와 애매한 시기에 조경수 가격이 공표될 가능성이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조달청의 조경수가격 고시는 매년 초에 발표되었으며, 이는 연초에 발주되는 조경설계나 공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 용역의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9개월로 되어 있어, 2025년 3월이나 되어야 조경수가격이 공표될 예정입니다. 국토부의 조경수가격과 상관없이 조경공사가 가장 분주한 시기에 접어들기에 조경계에 큰 아쉬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조경수가격 조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번 조경수가격 조사의 공표가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져 조경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단순히 형식적인 용역이 아닌, 조경산업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적인 가격 공표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2024년 8월 28일
조경수산업정상화를위한시민모임 대표 전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