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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
조달단가, 민원 불편하니 없애면 끝?
조달청, 내년부터 조경수 가격고시 안 한다… 시장 혼란 우려 확산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둥근사철 조달가격이 불합리하게 책정됐다는 민원을 받은 조달청이 내년부터 조경수 가격고시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조경산업계에 큰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3일 조달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내년부터 조달청에서 게시 가격은 발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달청 조경수목 가격고시 체계는 1974년도에 처음 만들어졌다. 지금은 물가와 규격 등 많은 요소가 달라졌음에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가격조사는 훈련목 기준으로 하지 않는 실정임에도 조달청 발표 수목단가 원칙은 ‘훈련목 기준’이라고 명시해왔다. 또한 조경업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이나 기타 요인 등을 포함한 조경수 가격산출 근거 마련을 요구해왔으나 조달청에선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조경수 가격고시와 관련한 의견들에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던 조달청은 이번에 둥근사철 가격 민원이 강하게 제기되자 아예 가격고시를 없애는 방법을 선택해 논란을 키웠다.
종전 ‘조경수 가격조사 업무처리 규정’은 조경수 조사가격을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가격정보’에 고시토록 했다. 조달청은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사이에 업체 인터뷰를 근거로 수목단가 조사를 진행하는데, 조사한 가격의 상·하위 30%를 제외하고 평균가격을 내고, 12월에 ‘조경수 가격결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위원회에서 결정한 가격을 이듬해 고시·적용했다.
지난 8월 28일 개정한 ‘조경수 가격조사 업무처리 규정’에서는 ‘가격정보’ 고시 의무를 삭제하고, 원가계산 신청이 들어오는 건에 대해서만 가격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해당 규정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정부와 지자체 등 발주기관은 발주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 근거 기준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조달청 고시 조경수 가격 사용이 의무가 아닐지라도 정부기관에서 발표하는 내용이기에 많은 공사발주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의 기준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시장에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세범 트리디비 대표는 “공시를 안 하면 가격 혼란이 생기고 이 가격의 기준을 벗어나서 더 저렴한 하도급 업체가 생겨날 수 있으며 업체의 이익을 위해 조경수를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시도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 된다”며 “그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조경수 생산자가 될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어 “트리디비 실거래가는 나무 값에 작업비용을 책정한 가격 즉, 작업 상차가다. 이는 현장까지 운송해주는 조달청의 현장도착가와는 달라 손질을 하지 않고는 당장 공사현장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감사원 감사관이 움직이니 공론화 없이 조달청의 조경수가격을 갑자기 게시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고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질타했다.
조경 관련 단체장을 지낸 한 업계 관계자도 “조달청에서 조경수 가격을 조사할 능력도 관심도 없다. 자기들 관할인데 잘 알지도 못하고 시비가 있으니까 내규를 바꿔버린 황당한 사건이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조달청 관계자에게 알렸으나 기존 고시에서 “참조가격으로 활용하라고 알려드렸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기준을 없애도 문제없다면 기존에 조달청은 효용성이 없는 조경수 가격 고시를 해온 것이냐는 질문에 “이전까지 사용했던 것은 어떤 식으로 사용했는지는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썼는지 알 수는 없다”면서 조경수 가격고시를 담당해왔던 정부 산하 조직으로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본지는 조달청에 규정 개정과 관련해서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는지를 묻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준용돼 온 조경수 근거기준 폐지는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큰 사안임에도 담당기관 임의로 쉽게 없애는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의견수렴과 관련해서는 “내부 당연직 위원이 속한 기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고 나서 절대적인 사항이 아니고 내부적인 계약심의위원회를 거쳐서 개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내부 규정이고 그걸 듣는 건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공개할 의무는 없다”면서 외부에서 어떤 의견이 주어져도 조달청 재량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위원들 의견이 동의한다로 귀결된 것인가”란 질문을 던졌으나 “훈령을 바꾸는 데 모든 기관과 모든 국민과 모든 언론기관에 대해서 의견을 청취해서 할 의무는 없다 라고 말씀을 드린 것 아닙니까? 이거를 말씀드릴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라면서 10여 분간 기계적인 답변을 반복하다 “의견을 들었을 때 결과는 대략적으로 반반”이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전종현 창성농원 대표는 “조경수 생산자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책정되던 조달청 단가기준이 없어진다 하니 한편에서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준이란 것은 누군가는 불리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단편적으로만 봐선 안 될 일이다. 그만한 불만이 쌓여 있다는 데 조달청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며 “이 정도 일을 벌이려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어야 하는데 무슨 용기로 이런 전근대적인 방식을 취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김경윤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조경계 단체장들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공식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감사원 중앙민원사무소에서는 다각적인 방향에서 해당 사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 민원인과 함께 조달청을 방문한 후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이며, 검토 결과에 따라 해당 사안을 감사원에서 처리할지 조달청 감사실로 이관시킬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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